Artifact Dossier
뒷모습이 보이는 안경
요약 기록이 등록되지 않았습니다.
재단 발견 연도
1979년
발견 경위(장소)
미국 네바다주 카슨시티에 거주하고 있는 한 시민의 기부.
물리 프로필
- 외형
- 얇은 자기 테로 만들어진 알이 동그란 안경이다. 테의 색깔은 초록색인데 짙은 갈색 무늬가 기하학적인 형태 무작위로 들어있다. 마치 잠자리를 연상케 하는 문양이다.
- 손상 상태
- 없음
이상 현상
안경을 쓰면 한 발짝 앞에 느릿한 걸음을 걷는 여인의 뒷모습이 보인다. 머리 색이나 피부로 보면 백인임을 알 수 있지만, 유럽계인지 미국계인지는 알 수 없다. 걸음을 걷고 있기에 살아 있는 것 같지만 불러도 대답은 없으며 고개를 돌리거나 몸을 돌리지도 않는다.
유물 보고서
재단 설립 후 유물에 대한 많은 문의와 기부가 있었지만, 민간이 자발적으로 기부한 유물로는 진짜로 판명된 첫 번째 사례다. 기부자는 흰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의 여인이었는데 남편의 유품을 정리하다 발견하여 기부를 결심했다고 한다. 안경의 정확한 출처는 모르겠지만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남편이 당시 누군가에게 받은 안경이라는 것만 알고 있다고 했다. 남편은 결혼 후 안경에 관해 자신에게 이야기했지만 그녀는 남편의 말을 평생 믿지 않았다고 한다. 유품을 정리하면서 발견된 안경도 남편이 이야기한 안경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고 그저 고급스럽게 생긴 안경이기 때문에 ‘한 번 써볼까?’라는 생각으로 써봤는데 그제야 남편의 말을 믿게 되었다고 한다. 안경을 왜 기부하게 되었는지는 굉장히 단호했는데 처음에는 너무도 신기한 안경이라서 돈 좀 벌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다시 안경을 쓰고 그 여인의 뒷모습을 봤을 때 너무도 슬픈 감정이 돋아 이 세상에 있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물건이라는 직감이 강하게 들었다고 한다. 몇 번을 다시 봐도 똑같은 느낌이 들었고 그 여인이 고개를 돌려 나의 모든 비밀과 치부를 드러내며 비난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안경을 더 쓰고 있으면 안경에 비친 모습이 현실의 내 앞에 직접 나타날 것 같은 느낌도 강렬하게 들었다고 한다. 결국 그녀는 누구에게서 받았는지도 모를 이 불길한 물건은 빨리 없애야 할 것 같아 기부했다고 한다. 물론 비싼 값에 팔아 버릴 수도 있었겠지만 자기 자신 또한 도대체 이런 물건이 왜 세상에 존재하는지 너무도 궁금했기에 재단이 그 비밀을 풀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재단은 그녀가 느꼈을 감정이 진짜로 드는지 동일한 조건으로 실험을 시작했다. 남자 연구자 50명 여자 연구자 50명, 총 100명에 달하는 인원이 실험에 참여했다. 그리고 서로의 감정에 휘둘릴 수 있기 때문에 교류도 중지하고 성별과 실험일도 모두 무작위로 진행했다. 100명이라고 해도 단순하게 안경만 쓰는 일이었기에 하루만으로도 끝날 수 있는 실험이었지만 이 실험은 무려 3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알아낸 실험 결과는 아래와 같다. 첫째. 성별, 나이를 불문하고 안경을 쓰면 앞서 걸어가고 있는 여성의 뒷모습이 보인다. 여성은 백인이고 어깨와 허리 사이까지 기른 금발의 머리를 붉은 끈으로 리본을 묶었다. 안경을 쓰고 있는 사람은 그녀의 손을 잡고 따라가고 있는지 불명확했지만 그녀의 오른손이 살짝 뒤로 빠져 있는 것을 보면 아마도 손을 잡고 뒤따라 걸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둘째. 안경을 얼굴에 착용해야만 여성의 모습이 보인다. 즉, 카메라로 눈 앞에 보이는 모습을 기록으로 남길 수 없다. 기록으로 남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안경을 착용한 사람이 그림을 직접 그리는 것 뿐이지만 이마저도 앞이 보이지 않아 현실적으로 어려워 사실상 눈앞에 펼쳐진 정확한 모습을 남길 수 없다. 셋째. 압도적인 비율로 남자보다는 여자가 더 괴롭고 슬픈 감정을 느꼈고 이유 없이 눈물을 흘렸다. 너무도 슬픈 감정이 북받쳐 올라 더는 그 여인의 뒷모습을 볼 수 없었고 마치 그녀를 따라 죽으러 가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고 했다. 반면 남자는 굉장히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조용한 풀밭 길을 그녀와 함께, 마치 피크닉을 가고 있는 느낌이었고 슬픈 감정은 하나도 들지 않았다고 한다. 재단은 그녀의 존재를 찾기 위해 연구를 계속했지만, 누구 인지는 찾아낼 수 없었다. 그녀 멀리 보이는 풍경도 흐릿하게 보여 지리적 특징도 발견할 수 없었다. 대신 어느 정도 시대적 배경은 유추할 수 있었는데 그녀의 머리 스타일이나 머리끈, 허리까지 보이는 옷의 재질을 보고 1930년대부터 1950년대 사이 정도로 예상했다. 더는 정보를 알아낼 수 없었던데다 안경이 특별히 인간에게 직접적인 해를 끼치지는 않기에 연구는 종료되고 유물은 영구 보존하게 된다.